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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 웃음`이 그립다
미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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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유산은 얼마나 됩니까?"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직후 첫 브리핑 때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나는 그 질문에 당황했다. 자세하게 알아보고 오후 브리핑 시간에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비서 수녀에게 전화를 걸어 김 추기경의 재산내역을 물어봤다. 잠시 후 비서 수녀에게 답변이 돌아왔다.

"신부님, 제가 재정을 관리했는데 통장에 잔액이 1000만원이 조금 안 되게 남아 있네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추기경님께서 당신의 장례미사에 오는 분들에게 묵주를 선물하라고 하셨거든요. 그 묵주 대금을 지불하려면 오히려 돈이 모자랄 것 같아요. 교구에서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김 추기경의 청빈한 삶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 그분은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마음은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분은 장학회마저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하셨다. 김 추기경은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신 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실천한 분이었다.

오는 16일이면 김 추기경께서 우리 곁을 떠난 지 만 10년이 된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그분의 삶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현재에 성찰하고 미래의 지향을 두기 위함이다. 요즘같이 평화가 간절하고 생명의 가치기 경시되고 사람들 간 불신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시대라 그분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다. 10년이 지났지만 김 추기경께서 남기신 메시지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크고 긴 울림으로 남아 있다.

2006년도 중반 한 방송사 PD가 나를 방문했다. "신부님께서 만약 김 추기경님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면 무엇을 주제로 하실 겁니까?" 그때 나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만약 10주기인 지금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그분의 삶을 '인간과 사랑'으로 요약할 것 같다.

김 추기경은 항상 어떤 예외도 없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셨다. 1987년 시내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던 대학생들이 경찰에 떠밀려 명동성당구역으로 들어왔다. 명동성당 입구는 대학생들과 경찰들의 대치선이 되어버렸다. 명동성당 일대는 길에 깨진 벽돌들이 굴러다니고 최루탄 냄새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김 추기경께서는 정부 측과 대화를 시도해 농성을 풀고 학생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김 추기경께서 대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농성 중인 대회의실을 갑자기 방문했을 때 일이다. 때마침 대학생들은 외부 인사들을 물리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 유지에 관한 자유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토론이 길어지자 학생 관계자들과 신부님들이 추기경께 주교관으로 가서 기다리실 것을 여러 차례 종용했다. 그러나 김 추기경께서는 괜찮다며 회의실 앞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참 후 토론이 끝나자 추기경은 회의실에 들어가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고 위로를 해주셨다. 이처럼 김 추기경님은 겸손한 성품을 지니신 분이었고, 누구와도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는 분이었다.

김 추기경을 만나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에 한 사람'씩 일일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분이라고 기억한다. 김 추기경은 대화를 할 때 상대가 누구라도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셨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말에는 아예 귀를 닫고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요즘 같은 세태를 보면 김 추기경의 이런 모습이 더욱 그립다.

언젠가 추기경께서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러고 보면 나이 드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라며 예의 그 함박웃음을 웃으셨다. 요즘처럼 사회가 팍팍할 때 편안하고 격의 없고 권위적이지 않은 어른, 그분의 바보 웃음이 더욱 그립다.

[허영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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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 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교육부는 11일 17개 시도교육청과 지원기관이 합동으로 '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을 구성하고 일반고 대상 학점제 기반 조성 등 제도 개선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듣고, 누적 학점이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이미 2022년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부분도입하고 2025년에는 전 과목 성취평가제를 도입해 고교학점제를 본격적으로 실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면 수업시수(단위)를 '학점'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진급·졸업 기준을 정하고 수강신청 시스템과 수업·평가방식 등 교육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 정부당국은 이를 위해 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을 구성하고 제도 개선 사항과 연구·선도학교 확대, 직업계고 학점제 우선 도입 같은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앙추진단장은 교육부 차관과 교육청 대표인 세종시 교육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국교육개발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중앙추진단은 고교학점제 저변 확대를 위해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에 나선다. 2018년부터 운영한 연구·선도학교 105개교를 올해는 354개교로 늘린다. 102개 연구학교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과 맞춤형 학습관리 등을 과제로, 3년 동안 제도 개선 사항과 소요기반을 파한다. 252개 선도학교는 3년 간 시·도별 자율 특색 사업 등과 연계해 교육과정 다양화 및 학교 혁신 사례를 발굴할 예정이다.

교육당국은 고교학점제에 더 맞는 운영 방식을 찾기 위해 공·사립별, 지역별 대표 모델도 도출한다. 일부 학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고교학점제 수강신청 프로그램은 기능을 개선해 2020년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일반고에는 66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 조성을 지원한다. 또 올해 17개 교육청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도입을 완료하고, 정규 교육과정 편성을 지원한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한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다른 학교 학생도 동시에 들을 수 있게 한 교육방식이다.

교원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원 연수도 확대된다. 일반고 교장 800명, 선택 과목 연수 1000명, 교육과정 편성·운영 연수 500명 등 3300명을 대상으로 학점제형 학교 문화 교육과 직무 연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교원 역할 변화에 대비해 대학원과 연계한 연수 과정이 신설된다.

정부는 이밖에도 고교학점제 특성에 맞는 학교 공간 구축을 위해 학교 환경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도서관을 '러닝센터'로 바꾸고 학생들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등 학점제형 공간기준을 마련해 올해 교과교실제 도입학교부터 적용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는 고교 교육 혁신의 출발점이자 우리 교육의 도약을 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제도 도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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